Post Detail

풀필먼트와 당일배송의 이유 있는 동맹

엄지용2022/08/18 17:08

얼마 전 한 당일배송업체 임원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최근 당일배송 시장을 둘러싼 여러 어려움(aka. 현금경색)을 돌파하고자 다양한 서비스 확장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요. 이 업체는 그 중 한 방법으로 여러 중소형 ‘이커머스 물류센터’ 운영사들과 동맹군을 만들고자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소위 풀필먼트업체라 불리는 이들과 고민의 궤적이 같기 때문에 협업을 통해 함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판단했다고요. 


저에게 연락한 업체의 이름은 ‘고박스’입니다. 2020년 6월 사업을 시작한 비교적 신생업체인지라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업계에서는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의 배송 서비스를 대행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에 들어선 100여개의 시장 중에서 약 20%인 28개 시장의 당일배송 서비스를 이 업체가 제공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시그니처 시장이라 부르는 서울시 강동구 ‘암사종합시장’ 같은 곳을 포함해서요. (나머지 시장은 통상 네이버와 돈을 섞은 생각대로(로지올), 부릉(메쉬코리아)과 같은 배달대행업체를 연계하여 배송을 마무리하는 데, 아무래도 배달대행 특성상 ‘장거리’ 배송까지 연결되는 물류를 제공하긴 어렵다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앱 터치로 어디서나 닭강정-반찬 … 이젠 골목시장이 마당발”, 커넥터스]


밝히자면 고박스가 주력하던 ‘전통시장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의 최근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엔데믹이 찾아오면서 시장의 온라인 매출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입점업체의 대부분은 반찬 등 먹거리 상인들인데, 전반적인 주문 감소가 관측되고 있다는 게 상인들의 공론입니다. 상인들은 그 이유로 사람들이 다시 거리로 나가 ‘외식’을 하게 되면서 시장에서 음식을 구매하는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하고 있었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상인들은 왜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에 뿔났을까(feat. 이마트), 커넥터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고박스도 시장배송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으로 ‘당일배송’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 선택한 방법 중 하나가 ‘풀필먼트업체’들과 연합을 형성하는 것이었죠. 


생각하면 좀 이상할지 모르겠습니다. 풀필먼트업체가 ‘당일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체는 아니거든요. 풀필먼트업체는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시키는 화주사를 대상으로 ‘물류 처리 비용’과 ‘보관비용’을 받아서 돈을 버니까요. 엄밀히 이야기하면 당일배송 서비스 이용을 결정하는 주체는 ‘화주사’이지, 풀필먼트업체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당일배송 업체인 고박스가 ‘풀필먼트업체’와 협력을 강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위기감이 만든 변화 


행동의 원인은 어떤 위기감을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고박스측의 전언에 따르면 최근 중소 풀필먼트업체를 이용하는 고객 화주사들의 이탈이 눈에 띄게 관측되고 있다고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혹은 좀 더 주문 마감시간을 뒤로 미루게 해주는 등 서비스 품질이 높은 대형 물류센터 운영사로 계약업체를 변경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CJ대한통운으로 대표되는 ‘택배’와 ‘이커머스 물류센터 운영’을 통합한 사업자로 중소 풀필먼트업체들이 처리하던 물량이 흡수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중소 풀필먼트업체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이 초기 돈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물량이 적은 화주사를 유치한 이유는 ‘미래 가치’에 대한 어떤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당장은 돈이 안 되지만 앞으로 화주사들이 성장하고, 더 많은 물량을 만들어낸다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봤으니까요. 그런데 영원토록 우리 물류센터를 이용할 것 같았던 화주사들이 돈을 벌만해지니 어딘가로 이탈합니다. 


풀필먼트업체는 이러한 화주사들의 이탈을 막을 어떤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결국 ‘서비스 품질’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이 택배보다 더 빠른 배송입니다. 당일출고, 익일배송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택배 네트워크로는 제대로 제공하기 어려운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 빠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스트마일 물류회사들과 본격적인 제휴를 통해 화주사들을 ‘락인’하는 무기로 사용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앞서 설명한 고박스는 이런 배경하에 최근 ‘로지켓’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물론 로지켓이 풀필먼트업체는 아닙니다. 하지만 화주사가 여러 풀필먼트업체의 ‘비교 견적’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운영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고박스로지켓과 화주사 중심 스마트 물류 인프라 고도화 협약에너지경제]

[함께 보면 좋아요! : 좋은 물류업체는 대체 어디서 찾나요?, 바이라인네트워크] 


말인즉 이번 협약은 로지켓의 서비스 네트워크에 들어있는 100여개의 풀필먼트회사에 고박스의 ‘당일배송’ 서비스를 연동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연동 작업을 위해서 로지켓은 올해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개발을 마무리 한다는 계획입니다. 


“고박스는 지금까지 중소형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당일배송 서비스를 고민했습니다. 중간에 있는 ‘물류센터’ 운영사들에게도 다양한 정보와 경험, 고민이 있었을 텐데 우리는 그런 것을 잘 몰랐고, 외면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물류센터 운영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들 역시 ‘화주사’ 모집을 위한 새로운 경쟁력이 필요했고, 부가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더군요.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화주사들은 택배뿐만 아니라 당일배송도, 퀵서비스도 붙이길 원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품질 강화를 고민하는 물류센터 운영사들과 연합군을 구축해서요”

- 김재훈 고박스 COO(Chief Operation Officer)


변화는 퍼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단순히 고박스와 로지켓 두 작은 물류업체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체 물류로 제국을 만든 쿠팡과 네이버의 물류 연합군이 전면전을 펼치는 와중,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시장 뒷편에서는 중소 풀필먼트업체와 라스트마일 물류업체 간의 제휴가 한창입니다. 


예컨대 최근 커넥터스에서도 소개한 기업이죠. 인천시와 함께 연수구내 당일배송 서비스를 실증하고 있는 당일배송업체 ‘브이투브이’는 실증 사업을 위해 삼영물류, 패스트박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같은 물류센터 운영사들과 손을 잡았습니다. 해당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화주사들의 물량을 바탕으로 기존 택배에 추가되는 옵션으로 ‘당일배송’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이 협력의 골자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V2V : 휴맥스가 선택한 주차장 기반 2500원 당일배송망커넥터스] 


또 다른 업체 ‘밸류링크유’는 최근 당일배송업체 바이너리브릿지와 MOU를 체결했습니다. 밸류링크유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 도심 및 수도권 내 3개 물류센터에 바이너리브릿지가 제공하는 당일배송 서비스 ‘핑퐁’을 연결하는 것이 협력의 골자입니다. 이 외에도 밸류링크유는 고고엑스, 와이엘피, 센디와 같은 당일배송 역량을 갖춘 다양한 라스트마일 물류업체들과 연동을 마쳤습니다. 밸류링크유를 이용하는 고객사들에게는 이러한 여러 당일배송 업체의 서비스를 개별 시스템 연동하는 수고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밸류링크유, AI기반 물류 서비스 '바이너리브릿지'와 이커머스 물류 혁신 및 협력 위한 MOU 체결패션비즈] 


심지어 네이버의 물류 플랫폼 NFA 파트너 물류센터 운영사 사이에서도 새로운 라스트마일 배송업체와의 연합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먼저 NFA 파트너사 두핸즈(품고)가 지난 7월 ‘바로고’와 업무협약을 통해 당일배송 서비스를 확장, 제공하기로 했고요. 같은 NFA 파트너사인 파스토 역시 최근 ‘팀프레시’, ‘바로고’와 제휴하여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타임라인을 강화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바로고-두핸즈원스톱 물류 서비스 구축 업무협약지디넷코리아]

[함께 보면 좋아요! : 파스토팀프레시와 손잡고 수도권·충청으로 새벽배송 확대조선비즈]


요컨대 풀필먼트업체는 당일배송업체와 제휴하여 물류센터 바깥 라스트마일 물류까지 ‘품질’을 강화하고, 이를 고객사의 이탈을 막을 무기로 활용합니다. 당일배송업체에게 풀필먼트업체는 그 자체로 잠재 고객사의 네트워크를 보유한 집단입니다. 제휴를 통해 적은 자원으로 빠르게 당일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물류는 연결이 만들고 있고, 그렇게 택배보다 빠른 배송 서비스는 조금씩 우리 삶에 스며듭니다.


face
엄지용

전문분야택배,3PL,SCM,대한민국,풀필먼트,신사업,분류창고,마케팅,보관창고,물류IT,무인화/자동화/성력화,예측/분석,조직관리,냉동/냉장/식품,소화물,최적화

관심분야

상담이력 3Post 43DP 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