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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퀵커머스 지각 변동과 수상한 이마트24

엄지용2022/08/25 10:08

※ 해당 콘텐츠는 커넥터스 신승윤 에디터가 작성했습니다. 


지난 7월 커넥터스는 퀵커머스를 ‘적자의 무덤’이라 표현했습니다. 전 세계 유동성 위기로 투자업계가 얼어붙으면서 대표적인 돈 안 되는 사업이었던 퀵커머스 역시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기 때문인데요. 당시 퀵커머스 사업을 준비하다 포기하는 기업이 등장하는 한편, 이미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도 사업 확장을 망설이는 분위기라 커넥터스는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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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끝을 향해가고 있는 지금. 쭉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저는 이번 여름을 되짚어봤을 때 낯선 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매년 배달 업계에서 극성수기로 통하는 여름철에 배달앱 매출, 성장, 신사업 등과 같은 소식이 코빼기도 안 보였다는 것이죠. 오히려 위기론이 등장하는 판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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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6월 쿠팡이츠의 월간 이용자수(MAU)는 437만6000여 명으로 전월(450만 명)보다 12만명 줄었습니다. 요기요도 이용자가 감소했는데요. 같은 기간 요기요의 월간 이용자수는 746만 명으로 전월(765만5000명)보다 20만 명 정도 감소했어요. 업계 1위 배달의민족만 소폭 늘었는데요. 확실히 지난해보다 힘이 빠졌습니다. 6월 배달의민족 월간 이용자 수는 1998만8000명으로 전월보다 5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퀵커머스는 오죽했을까요. 퀵커머스에겐 차가운 겨울과 같았을 올여름, 최근까지도 ‘퀵커머스는 살아있다!’, ‘퀵커머스는 여전히 춘추전국시대다! 패권을 쥐기 위한 전쟁 중!’이라 외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GS리테일과 홈플러스입니다. 이 두 기업은 8월 최근까지도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자사 퀵커머스 사업 소식을 업데이트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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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 퀵커머스’는 다를걸?


‘8월의 퀵커머스’ 포문을 연 것은 홈플러스였습니다. 홈플러스는 자사 퀵커머스 서비스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온라인 ‘1시간 즉시배송’의 서비스 배송료를 없애겠다고 밝혔는데요. 완전히 배송료가 없어진 것은 아니고요. 3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홈플러스 측은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한 1시간 즉시배송 서비스의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동월과 비교해 매출과 총 구매자 수가 각각 150%, 158% 증가했다나요. 특히 7월 한달간 1시간 즉시배송 서비스를 1회 이상 사용한 재구매자는 전년 동월 대비 252% 증가했다고 하는군요.


홈플러스의 퀵커머스 서비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을 거점으로 삼습니다. 현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33개 도시 내 252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요. 주문이 들어오면 이 매장에서 상품을 픽업해 1시간 내외로 고객에게 배송하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당연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인 농수산물, 육류 등 신선식품까지 구매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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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은 ‘요마트’를 통해 퀵커머스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요마트는 지난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요기요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운영이 중단된 바 있었으나, 결국 5월부터 새 주인 GS리테일의 의지에 따라 다시 부활했습니다.


요마트의 부활은 단순히 과거 운영하던 요마트를 그대로 살려낸 차원이 아닙니다. 이름만 같을 뿐 이면에서는 전혀 다른 서비스가 됐는데요. 과거 도심 내 MFC(Micro Fulfillment Center)를 구축해 직매입한 상품을 배송하던 방식에서 GS더프레시 매장을 기반으로 배송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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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요는 현재 GS더프레시 전국 350개 매장에서 요마트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이 매장에서 상품을 픽업해 1시간 안에 고객에게 배송하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당연히 GS더프레시에서 판매 중인 농수산물, 육류 등 신선식품까지 구매 가능합니다.


퀵커머스 관련 소식이 뜸해진 요즘, 홈플러스와 GS리테일은 ‘슈퍼마켓 기반 퀵커머스’를 강조하며 새로운 대결 구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양사 모두 매장망 가용을 통해 기존 퀵커머스 사업의 최대 약점인 ‘고가의 물류망 구축 비용’ 문제를 해소하면서 전국 진출까지 원활하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옴니채널을 구축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판매 상품 품목(SKU)이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요마트 SKU는 GS리테일이 보유한 상품 1만여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오프라인 슈퍼마켓을 활용한 홈플러스와 GS리테일의 퀵커머스 전략은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엥? 갑자기 웬 시장 선점? B마트가 한참 앞서가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죠. B마트는 시장 선두주자는 맞지만, 그간 전국 진출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인해 몇몇 도시에서는 잘 나가던 B마트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는 업계 후문도 있고요. 그 사이 홈플러스와 GS리테일이 전국 슈퍼마켓 매장을 바탕으로 B마트가 손대지 못한 지방 거주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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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퀵커머스판의 움직임은 ‘돈 되는 퀵커머스’ 공식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모습입니다. 새로운 MFC 구축보다, 유통업체들의 직영망을 활용한 거점 구축이 대세로 자리 잡는 형태로요. 첨언하자면 오아시스마켓도 퀵커머스 사업 진출을 선언한 지 어느새 1년이 넘었죠? 계속 사업 론칭이 늦어지는 이유로 ‘효율적인 운영 방안 마련을 위해 배송 시간과 권역을 조정 중’이라 밝혔는데요. 결국 오아시스마켓이 현재 운영 중인 오프라인 매장을 적극 활용하는 그림이 퀵커머스에서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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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배달은 잘 나가요


돈 되는 퀵커머스 공식은 편의점 업계에서도 성립되나 봅니다. 편의점 업계의 배달 서비스 매출이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7월 기준 GS25의 ‘우리동네딜리버리 주문하기’를 통한 배달 건수는 전년 대비 409%, 6월 대비 250% 증가했고요. 같은 기간 CU의 배달 서비스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410.5%, 세븐일레븐은 240%, 이마트24는 147% 증가했다고 합니다.


위와 같은 호황을 맞은 이유에 대해 유통업계에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음식 배달보다는 식자재나 간단한 안주, 음료 등으로 배달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는데요. 그 근거로 편의점 배달 서비스 이용 상위 품목을 도시락, 생수, 탄산음료, 냉장 안주 등이 차지하고 있음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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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업계는 최근 꾸준히 ‘본부임차’ 점포를 늘리고 있습니다. 본부임차란 편의점 계약 방식 중 하나로 편의점 브랜드 본사가 직접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 임차료를 본사와 점주가 함께 부담하는 계약 방식입니다. 해당 점포에 대한 운영 권리를 편의점 본사가 가지는 건데요. 업계에 의하면 최근 편의점 본사들은 신규 출점 점포 대부분을 본부임차로 계약해 전체 점포의 50%가량을 본부임차로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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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본부임차 점포 수가 늘어나면 편의점 배달 서비스 운영은 한층 원활해집니다. 배달 서비스 출시를 위해 편의점 점주를 설득할 필요도, 수익 배분률을 결정하기 위해 줄다리기를 할 필요도 없고요. 필요하다면 편의점 인테리어나 운영방식을 변경해서라도 배달 서비스에 투입할 수 있습니다. 위 슈퍼마켓이 그랬듯, 이미 전국망을 구축하고 있는 편의점을 활용해 전국 단위 경쟁에 나설 수 있는 것이죠.


이마트24의 수상한 퀵커머스


위 내용과의 연장선에서 최근 제가 겪은 이야기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저는 관악구에 거주하고 있는데요. 최근 배달의민족 앱 ‘배민스토어’에 이마트24가 떡하니 등장한 것입니다. 뭐, 배달앱에 편의점이 입점한 게 특별한 일은 아니죠. CU의 경우 지난해 초부터 배달앱에 입점해 있었고요. GS25나 세븐일레븐, 이마트24도 배민과 요기요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으니까요.


특이한 점은 직접 배달 주문을 해보려고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지점 변경’ 버튼을 터치했을 때 발견합니다. 선택 가능한 매장이 무려 26곳이나 됐거든요. 이게 왜 특이한가? 보통 편의점 배달 시 지점 변경을 하려 매장 목록을 누르면 2~3곳, 정말 많아야 4곳 정도가 뜨거든요. 그런데 26곳?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6GrjWB-nj0pgldAIEv8BlgZprLA무려 26곳의 배달 가능 편의점 목록이 뜨는 관악구의 이마트24 배민스토어 ⓒ배민 캡처

그래서 목록 속 편의점들의 주소를 일일이 확인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매장은 사당역 근처에, 또 다른 매장은 멀리 신림역까지 관악구 끝과 끝에 위치하고 있었고요. 아예 관악구를 벗어나 상도역 주변에 위치한 매장에서까지 우리 집으로 배달 가능하다고 합니다. 모두 같은 배달비 정책 아래 말이죠. 느낌이 옵니다. ‘이거 일반적인 편의점 배달처럼 배달대행업체 쓰는 거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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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지역이 관악구고요. 파란색 동그라미로 표시한 지역이 배민스토어에서 배달 가능 점포로 뜨는 이마트24가 위치한 곳 일부입니다. 서로 거리가 먼 점포들을 표시해 봤어요. 발편집 죄송요. ⓒ네이버 지도 캡처

그래서 직접 배달을 시켜봤습니다. 배달 라이더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선물하며 딱 1분만 시간을 내달라, 아니면 업무 끝나고 잠깐만 통화해주면 안 되냐 조를 심산으로요. 그런데 그 전에 제 느낌이 확실하다는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도착 예정 문자가 온 겁니다. 배달 라이더가 개인적으로 보낸 것이 아닌, 마치 택배사에서 배송 안내문자를 보내듯, 편의점 배달에 도착 예정 문자가 왔어요. 이마트24 퀵커머스에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마트24가 서울시 내에서도 가장 배달 주문이 많다고 알려진 관악구 내에 편의점 배달을 위한 MFC를 구축한 것으로 추측해봅니다. 온라인에서 들어오는 주문을 수집한 뒤 픽업 과정을 거쳐 MFC로 모으고, 이를 다시 관악구 전역으로 묶음 배송하는 형태가 아닐까 합니다. 또는 MFC 내 재고를 보관하면서 편의점 점포별로 들어오는 주문에 따라 수익을 후정산 할 수도 있겠습니다.


왜 이런 일을 벌이느냐고 하면 첫째, 관악구를 비롯한 주변 지역 편의점 배달 물량을 모아 물류비 효율을 만들기 위함일 것이고요. 둘째, 편의점 배달 수익을 점주들에게 분배해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본부임차 계약 외 점주들은 배달을 통해 얻는 수익에 의문점을 가지고 있거든요. 수수료에, 배달비에, 추가 업무가 겹쳐 비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 이때 MFC 운영으로 관련 비용을 줄이면서 점주 수익까지 보장해준다면 이마트24 브랜드를 선택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기는 거니까요.


여기까지는 모두 제 ‘추측’입니다. 왜냐면 이마트24에 확인 요청을 했지만,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거든요. 새로운 소식을 접하는 대로 커넥터스 콘텐츠를 통해 업데이트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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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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