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이 바꾼 전 세계의 일상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비대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통과 물류 산업에는 거센 변화의 바람이 휘몰아쳤죠. 이 같은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재택근무의 일상화 및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인해 오프라인 상권의 주요 고객이던 4050세대가 온라인 유통업체의 고객으로 합류하게 된 점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온라인 유통은 팬데믹 기간 사이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주었습니다. 온라인 유통 업체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른 배송 등 서비스의 고도화 △카테고리 세분화에 따른 개인화 등을 통해 대형마트가 점유하던 영역까지 나아갔고, 그 결과 더 많은 고객을 온라인 유통 기업으로 유입시키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코로나 팬데믹이 소강상태에 이른 현재까지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죠.

대형마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저가 경쟁

오프라인 유통 업체의 시장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은 거리두기로 인한 인원 및 영업시간 제한만이 아니었습니다. 거리두기에 따른 재택근무 및 실내 활동 증가로 인해 장보기가 선행돼야 하는 실내 요리의 비중이 감소하기 시작했고, 이는 대형마트의 주요 고객층인 주부들의 이탈로 이어졌습니다. 

오프라인 장보기는 즉석식품과 반조리식품이 대체했고, 배달을 기반으로 한 식품 산업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습니다. 이에 맞춰 홀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고 배달은 추가 제공하는 서비스였던 기존의 영업 형태를 벗어나, 배달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형태의 사업장이 확산됐고 배달 전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외식업도 등장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경쟁자까지 등장하면서 대형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 매장들은 전례 없던 역성장의 늪에 빠지며 매장과 인력을 대폭 감축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또한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이 완화된 이후에도 매출이 코로나 이전 수치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위기론에 더 큰 불을 지폈습니다. 때문에 대형마트들은 다시 고객들이 매장을 찾아오게 할 새로운 전략을 세우며 지분을 찾기 위한 유통 전쟁을 준비하게 된 것입니다. 

모두가 유통업계의 전쟁을 주목하는 가운데, 국내 대표 대형마트 한 곳이 내놓은 전략은 다름 아닌 ‘최저가 치킨’이었습니다.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 기준 7천 원이 안 되는 가격을 내세워 ‘합리적인 소비’를 키워드로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이른바 ‘오프라인의 반격’을 시작했죠.

이를 본 일부 사람들은 의문을 가졌습니다. 이러한 최저가 식품 전략은 이전에 다른 대형마트에서 시도한 사례가 있었고, 당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며 오래 지속되지 못한 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저가 식품은 마진율이 매우 낮게 설정되어 있다는 특성이 있어 치킨 판매로 거둘 수 있는 이익의 한계와 그에 따른 지속성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죠. 

하지만 이처럼 일각에서 내세운 ‘큰 반향을 일으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과는 다르게, 최저가 치킨은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대형마트에서의 오픈런과 긴 대기행렬을 만들어 내면서 오프라인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해냈지요.

대형마트의 반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반값 치킨에 이어 반값 피자와 버거, 탕수육 등 주요 외식상품을 초저가로 내놓으면서 배달비 인상, 최저 주문 금액 제한 등에 피로감을 느끼며 배달 시장에서 이탈하던 고객들을 대거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끌었습니다. 또한 즉석식품 이외에도 여러 생필품과 농수산물의 가격을 최저가 보장하는 파격적인 가격정책을 내세워 상품의 선도와 구매 단위에 관여도가 높은 주부들을 다시금 고객층으로 유입시키는 데 성공했죠. 

최근에는 코로나 이후 물류비용과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판매가격의 인상이 불가피해진 이커머스와의 가격 격차를 좁혀 나가며 가격 면에서도 다시 비교우위를 차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치킨을 선두로 한 최저가 식품이 고객들을 다시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입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해내는데 성공하자, 마진율에 관한 우려도 빠르게 해소됐습니다. 실제 치킨의 마진율은 높지 않았지만, 치킨을 구매하러 온 고객들이 다른 상품을 함께 구매하거나 대기에 밀려 다른 식품을 구매하게 되면서 치킨 자체의 마진율을 훨씬 뛰어넘는 매출 성과를 발생시켰기 때문이죠.

또한 식품의 맛과 구성, 품질이 기존 프랜차이즈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대형마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게 된 것 또한 최저가 식품을 출시하며 얻은 성과 중 하나입니다.

치킨이 7천 원에 팔려도 남는 이유

실제 치킨의 판매가 얼마나 정도의 순이익을 발생시켰는지는 관계자가 아닌 이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치킨의 판매 가격과는 무관하게 전체 매장의 방문객을 증가시키고, 화제의 중심이 되어 바이럴 마케팅 효과까지 얻으며 오프라인의 반격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대형마트 측에서는 미끼상품의 역할을 제외하더라도 실제 마진이 남는 구조임을 밝히며 경쟁상대를 누르기 위한 출혈경쟁이 아니라 온전한 사업의 관점으로 봐 달라는 이야기를 꺼낸 바 있는데요. 그렇다면 대형마트의 치킨과 피자가 프랜차이즈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프랜차이즈 업체의 입장에서 이러한 가격의 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흥미롭게도 이 두 가지 모두 물류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유통 구조의 차이 때문입니다. 프랜차이즈는 사용하는 원재료 및 소모품들이 여러 채널을 거쳐 고객에게 전달됩니다.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생산자-도매상-프랜차이즈 기업-소매점의 유통 과정을 거칩니다. 이 같은 과정에서 단계별로 마진과 물류비용이 추가되고, 이 비용들은 다시 원가와 소비자 판매가에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경우 대부분 생산자와 바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유통과정에서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통해 원가 또한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형마트는 가공/조리식품으로 소비하는 원재료 외에도 직접 소매로 판매하는 수량까지 함께 매입합니다. 때문에 프랜차이즈에 비해 구매 수량을 더욱 크게 가져갈 수 있으며, 시장 변동성이 심한 농축산물의 경우 연 단위로 사전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생산지로부터 더 저렴한 가격에 원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물류 운영 관점에서도 사전에 대형 물류업체와 운영 계획을 수립해 두고 대량 수송을 진행하기 때문에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송비용까지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유통/물류 구조가 바로 대형마트가 프랜차이즈 대비 낮은 원가를 가지고 갈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이자 경쟁력이라 할 수 있죠.

두 번째는 배송의 형태(배송여부)입니다. 치킨, 피자 등 대형마트가 겨냥한 품목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대부분 가정배달을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이는 팬데믹 중 프랜차이즈 산업의 성장을 이끈 가장 주요한 요인이자 오프라인 대형마트와 차별화되는 특성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았기 때문에 코로나 이후 저렴한 창업비용을 앞세운 배달전문점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경쟁이 가속화되며 수익성의 악화를 불러왔으며, 배달전문점 증가 추이와는 다르게 배달 라이더들의 공급까지 둔화되면서 배달 비용의 증가까지 초래했습니다. 이에 고객뿐 아니라 배달 업체에서도 비용을 분담하기도 했지만, 단 건 배송의 증가와 함께 결과적으로는 고객의 비용 부담이 더욱 커졌고, 이는 고객의 이탈로 이어지게 되었지요. 

하지만 대형마트의 최저가 식품들은 배달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4, 5천 원에 이르는 배달 비용이 포함되지 않으니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죠. 또한 배달을 준비하는 인력과 시간의 비용도 부가되지 않기 때문에 최소의 원재료비와 인력 비용으로 원가를 산정하여 판매가의 최소화에도 마진을 남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 출처 | 

한진 공식 블로그, 2022년 10월 21일, "반값치킨, 당당치킨... 고물가 시대 최저가 시장을 잡아라!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의 경쟁",

https://blog.naver.com/hanjinsns/222906251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