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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물류 연합군이 마주한 ‘상생’의 숙제

엄지용2022/11/10 18:11

시작부터 밝히자면 ‘상생’은 굉장히 어려운 것입니다. 사실 이해관계자들과 모두가 행복한 공통의 이익을 만든다는 건 이상향에 가깝죠. 국민을 위한다는 공통의 목표가 있는 정부와 공공기관조차 그들 사이의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데, 태생이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상생은 더더욱 쉽지 않습니다. 오늘 소개할 ‘네이버’에게도 상생은 꽤나 쉽지 않은 과제임은 분명합니다.

 

지난 3일 네이버 물류 플랫폼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가 1년여간 준비해온 비장의 무기를 발표했습니다. N도착보장이라 이름 붙인 예상도착일이 노출되는 ‘빠른 물류’ 서비스를 12월 본격적으로 네이버 입점 스마트스토어 및 브랜드스토어 판매자에게 솔루션 형태로 판매하고, 2025년까지 FMCG(Fast-moving Consumer Goods) 일상 소비재의 50% 이상을 도착보장 서비스로 처리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것인데요.

 

N도착보장은 소비자 관점에선 물류 서비스지만, 판매자 관점에선 ‘커머스 마케팅 솔루션’을 표방합니다.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커머스 플랫폼 노출구좌를 통해 ‘도착보장’ 상품을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알리고, 판매자가 실지불하는 수수료 이상의 매출 증대 효용을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네이버의 다짐입니다. 이는 네이버가 쿠팡과 마찬가지로 풀필먼트 영업 문법에 ‘매출 증대’를 본격적으로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고요. 네이버는 쿠팡이 갖추지 않은 특장점을 또 하나 마련했는데 자세한 건 아래 콘텐츠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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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일전 자세히 다뤘던 ‘도착보장’ 이전에 네이버 물류 플랫폼 NFA가 추구하는 본질 구조 ‘얼라이언스’ 모델의 장단점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특히나 지난해 7월 플랫폼 론칭 이후 네이버 물류 연합군 내외부에서 불거졌던 ‘상생’의 숙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봅니다.

 

네이버 커머스의 방향 에셋 라이트

 

네이버는 익히 알려졌듯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로 커머스를 성장시켰습니다. 근원사업 ‘포탈’로 구축한 막대한 트래픽을 바탕으로 여러 외부 이커머스 업체들의 상품을 노출시키는 ‘광고 사업’으로 커머스를 확장했고요. 여기 과거 스토어팜과 현재 ‘스마트스토어’까지 이어지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자체 플랫폼의 상품을 함께 노출하기 시작한지 오래입니다.

 

외부 쇼핑몰을 입점 시켜 광고를 받든, 자체 플랫폼에 3자 판매자를 입점시켜 노출시키든, 모든 커머스 사업에 있어 네이버는 직접 상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흔하디흔한 유통업체의 경쟁전략인 PB(Private Brand) 또한 네이버는 출시하지 않았습니다.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공간을 제공하고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데 집중합니다. 연결에서 발생하는 ‘판매 건당 수수료’와 더 많은 노출을 위해 판매자가 구매하는 ‘광고’가 네이버 커머스의 수익모델이 됩니다. 여기 새롭게 강화하고 있는 것이 판매자 대상의 기술 지원 도구 ‘머천트 솔루션’을 판매하는 모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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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플랫폼을 통한 연결에 집중하는 구조를 갖췄기에, 직접 상품 소싱 및 구매, 물류 운영 등에 따른 관리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됩니다. 물리적인 운영에 필요한 ‘자산’ 투자는 최소화 됩니다. 네이버가 강조하고, 또 계속해서 추구하고자 하는 ‘에셋 라이트(Asset Light)’ 커머스 모델이 여기서 나옵니다. 실제로 네이버는 적자 업체가 가득한 이커머스 플랫폼 경쟁 전선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이익’을 보고 있는 몇 안 되는 업체 중 하나고요.

 

첨언하자면 에셋 라이트 커머스 모델 기조는 최수연 네이버 신임대표의 중점 과제 ‘글로벌 사업’까지 이어져 강조되고 있습니다. 최근 네이버가 16억달러에 인수 발표한 미국 중고패션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 포쉬마크(Poshmark) 역시 에셋 라이트 커머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인수 사유 중 하나로 소개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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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에도 보이는 에셋 라이트

 

네이버는 새로 시작한 물류 플랫폼 NFA에서도 ‘에셋 라이트’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네이버와 자본동맹을 맺은 다양한 물류업체들과 ‘연합군(Naver Fulfillment Alliance)’을 형성했고요. 네이버는 각각의 파트너 업체들이 갖춘 시스템과 운영 역량을 연결하는 중앙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의 흐름을 추적, 최적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 구조에서도 네이버는 ‘물류 자산 투자’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속적인 물류 운영비용을 투하할 필요도 없습니다. 파트너 물류업체가 이미 갖추고 있는 ‘물류망’을 이용하기 때문인데요.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최근 2022년 3분기 실적발표 IR을 통해 “네이버의 물류 전략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생태계 전략과 맞물려 있다”며 “네이버는 모든 것을 독점하기보단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면서 함께 생태계를 키우는 전략을 취하고 있고, 물류에서도 똑같은 접근을 취한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연합군내 물류기업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와 역량을 바탕으로 비교적 유연하게 물류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네이버가 언급하는 NFA의 강점인데요. 네이버는 53만개에 달하는 스토어들이 각기 전개하는 2억개의 상품 DB 특성을 고려하여 서로 다른 물류를 연결하는 구조를 NFA를 통해 만들고자 합니다. 가구 설치물류는 ‘하우저’, 동대문 패션 물류는 ‘신상마켓’, 마이크로 퀵커머스는 ‘생각대로’와 같은 업체를 연결하면서요.

 

이윤숙 네이버포레스트CIC 대표는 “NFA의 가장 큰 장점은 확장성”이라며 “판매자들이 원하는 물류의 특성은 그들이 주력하는 상품에 따라서 각기 다른데, 네이버는 모든 판매자들의 물류를 소화할 수 있도록 얼라이언스를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네이버는 앞으로도 물류에서 ‘에셋 라이트 정책’을 계속해서 유지할 계획입니다. 그 안에서 물류가 아닌 기술기업으로 네이버가 만들 수 있는 수익모델을 발굴하고자 합니다. 예컨대 네이버는 중앙 플랫폼을 통해 수집되는 물류 데이터와 기존 네이버가 수집하던 커머스 데이터를 결합한 다양한 ‘기술 솔루션’을 개발하여 네이버와 연결된 파트너 기업에게 제공할 계획이고요. 여기에는 ‘유가’의 솔루션도 포함되기 때문에 기술 제공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 네이버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되는 ‘도착보장’이 대표적인 유가 솔루션 중 하나고요.

 

에셋 라이트 모델의 한계

 

하지만 ‘에셋 라이트’ 모델이 무조건적인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네이버도 인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한계점은 효율성과 속도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수많은 3자 판매자들을,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물류업체들을 사용하도록 움직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기 때문이고요. 네이버가 3자 파트너들의 선택을 ‘강제’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닙니다.

 

빨리 치고 나가고 싶은 네이버의 욕심과는 다르게 파트너 업체들의 역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일례로 네이버는 2021년 3월 신세계그룹과 지분교환을 하면서 이마트가 갖추고 있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 세 곳을 공유받는 방향의 협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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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측에 따르면 이마트 물류센터는 자체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구축됐기에,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3자 판매자의 물류를 이 공간에서 받아 처리하기엔 어려움이 존재했다고 합니다. 지속적으로 물류 협업을 논의하곤 있다고 하지만, 현재 네이버는 이마트가 갖춘 상품과 물류 역량을 ‘네이버 장보기’ 채널에 소개하는 정도로만 협업을 진행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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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장보기 안에서 노출되는 SSG닷컴과 이마트몰의 새벽배송내일도착 서비스사실상 이마트가 기보유한 상품을 네이버 플랫폼에서 소개하는 수준의 제휴가 이뤄졌다네이버

 

장진용 네이버 커머스신사업 책임리더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창고부터 배송까지 모든 주문 이행(Order Fulfillment)과 관련된 시스템과 물류 운영을 직접 수행하는 아마존과 같은 리테일러(Retailer) 모델은 플랫폼이 비용을 감당하지만, 장점을 꼽자면 당연 효율화”라며 “리테일러 모델과 네이버가 추구하는 얼라이언스 모델은 서로 장단점이 명확하고 얼라이언스 모델이 무조건 더 낫다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경쟁하는 얼라이언스

 

또 하나 알게 모르게 물류업계에서 이슈가 된 건 NFA 안에서 형성된 ‘경쟁 구도’였는데요. 네이버는 지난해 7월 NFA 론칭과 함께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이 네이버 파트너 물류업체들의 복수 견적을 받아 비교 열람할 수 있는 기능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과정에서 판매자들이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물류 서비스의 비교 우위는 결국 보다 저렴한 ‘비용’이었고, 자연스레 NFA 파트너 물류기업 간의 ‘저단가 경쟁’은 심화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네이버에 투자를 받지 못하고, NFA에 들어가지 못한 외부 물류기업 사이에선 NFA 파트너 기업들이 투자금을 바탕으로 사실상 남는 것 없이 손해 보는 금액까지 물류단가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왕왕 들리기도 했습니다.

 

NFA 파트너라고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데요. NFA 파트너 기업 사이에서도 서로의 화주사를 뺏고, 빼앗기는 영업 경쟁은 심심찮게 발견됐습니다. 당연히 앞서 이야기했던 저단가 경쟁은 네이버 물류 파트너들 사이에서도 벌어졌으니까요.

 

특히나 자체 보유한 택배 허브터미널을 바탕으로 만든 ‘자정(24시) 마감’ 시간을 앞세운 CJ대한통운이 같은 네이버 파트너인 중소 물류업체의 우량 화주를 영업해간다는 이야기를 NFA 관계자들 사이에서 들을 수 있었는데요.

 

물류센터만 운영하고 있는 중소 네이버 파트너 물류업체들은 사실상 CJ대한통운과 같은 ‘자정 마감’ 시간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만들기 어렵습니다. 물론 파스토나 품고 같은 네이버 파트너 기업들이 자정 마감 서비스를 구축한 것은 맞으나, 이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택배기업의 도움이 필요하고요. 아무래도 외부업체의 도움을 받다보니 세부적인 자정 마감 서비스 이용 조건엔 많은 제약이 있다는 평을 받습니다. 물류는 결국 ‘규모의 경제’가 만들기 때문에 대규모 자본과 인프라, 택배망까지 갖춘 대기업과 경쟁해 원가 효율을 만드는 것은 중소 3자 물류업체들에게 있어 쉽지 않은 과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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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바로 옆에 존재하는 동맹군이자 경쟁사인 CJ대한통운의 존재는 중소 네이버 파트너 물류기업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요. 사실 처음 NFA가 출범했을 때 CJ대한통운은 네이버의 B2C 마켓플레이스 ‘브랜드스토어’ 물류를, 중소 물류기업들은 네이버의 C2C 마켓플레이스 ‘스마트스토어’ 물류를 처리하는 것으로 암묵적인 경계가 나눠져 있었거든요. 그런데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인프라가 확장하면서 그 경계는 깨졌고, 물량이 많은 스마트스토어 판매자까지 CJ대한통운이 끌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화주사인 네이버 판매자를 사이에 둔 본격적인 네이버 물류 파트너사 간의 직접 경쟁이 시작된 거죠.

 

오월동주와 네이버의 입장

 

저는 지난 3일 네이버가 새로 론칭하는 ‘도착보장’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서 네이버가 인지하고 있는지, 인지하고 있다면 이 이슈에 어떻게 대응할 방침인지 물었습니다.

 

사실 플랫폼을 통해 판매자와 물류사의 ‘연결’을 추구하는 네이버이기 때문에 파트너사 간의 경쟁 이슈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답이 나와도 할 말 없습니다. 네이버가 종전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 간의 경쟁에 개입하지 않았던 것처럼 시장 논리에 맡겨두는 것이 하나의 방침이 될 수 있겠죠.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한 네이버의 답변은요.

 

“NFA 파트너 물류기업이던 아니던 판매자들은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만족한다면 계속 쓸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옮길 것입니다. 이는 시장의 기본 원리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서비스를 명확히 선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브랜드사들이 A라는 물류회사를 쓰다가 B로 옮기고, 또 B라는 물류사를 쓰다가, C로 옮기는 케이스는 있었습니다. 이건 서비스를 이용하는 브랜드사의 선택이었지만, 그동안 일종의 ‘제로섬(Zero-sum) 게임’이 발생했기 때문에 물류사들이 힘든 상황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12월 N도착보장 서비스가 공식 론칭한다면 SME든, 브랜드사든 더 많은 판매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NFA 물류 파트너사에 인입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간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파이를 키워나가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류사들 또한 네이버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게 될 것이고요”

- 김평송 네이버 장보기물류기획실 책임리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그간 네이버의 기대만큼 빠르게 확장하지 못했던 판매자의 NFA 플랫폼 유입이 ‘N도착보장’ 서비스 출시를 기점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해서 네이버가 기대하는 것처럼 모든 NFA 물류 파트너사들이 성장의 과실을 함께 누리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최수연 대표는 최근 3분기 IR에서 NFA의 성과를 중간 평가해달라는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했습니다. “물류 배송사와 제휴를 취하는 구조로 인해 NFA의 확장 속도는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만큼 빠르지 않았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후퇴하지 않고 전진하고 있다”고요. 최 대표는 또 “그 결과로 12월 네이버가 선보이는 서비스가 도착보장”이라 강조했습니다.

 

오랜 시간 치열하게 준비한 만큼 의미 있는 성과를, 이상향처럼 보이는 상생과 연결의 가치를 네이버가 증명해주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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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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