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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선물하기 사재기와 기묘한 위탁판매

엄지용2022/11/17 09:11

이 콘텐츠는 커넥터스 신승윤 크리에이터가 작성했습니다. 콘텐츠 게시자는 편집만을 담당했음을 알립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3%였습니다.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인데요. 당장 전년 상반기 성장률만 해도 16.1%였던 게 6% 가까이 하락했고요. 나아가 지난 6월은 전년 동월 대비 9.1% 성장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이커머스 한 자릿수 성장 시대가 도래한 것이죠.

관련해 지난 네이버의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김남선 네이버 CFO는 “네이버와 쿠팡을 제외하면 (이커머스 플랫폼) 모두 역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11번가, SSG닷컴, 롯데온 등 많은 플랫폼들이 적자를 극복하지 못했고요. 플랫폼 입점 판매 중인 중·소규모 셀러들 역시 고통받고 있다는 소식을 아래 콘텐츠에서 전한 바 있었죠.

동시에 이커머스 업계가 ‘선물하기’에 희망을 걸어 보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습니다. 현재 국내 선물하기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3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업계는 올해를 기점으로 5조원대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는데요. 이커머스 시장 전체가 주춤하는 사이, 선물하기 카테고리만큼은 쉬지 않고 커가는 중입니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선물하기의 절대 강자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지난 5년 사이 거래액을 4배로 늘려 3조318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어 쿠팡이 296억원, 네이버가 64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마켓컬리도 선물하기 출시 8개월 만에 거래액 22억원을 넘어섰습니다.


그 외 11번가는 2020년 9월 ‘모바일 선물하기’를 출시해 올해 5월 누적 이용건수 700만건을 돌파했다고 밝혔고요. SSG닷컴 선물하기는 올해 3~4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8% 성장했다고 합니다. 또 지난 15일 지마켓이 매출 증대를 위해 선물하기 기능을 새롭게 도입 준비 중이라는 전자신문 기사가 나오기도 했고요. 심지어 우리은행에서도 모바일앱 ‘우리원뱅킹’을 통해 선물하기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선물하기는 서비스 특유의 편리함이 생일, 기념일, 명절 등 끊이지 않는 소비자 니즈와 시너지를 내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작은 희망으로 떠올랐습니다. 최근에는 수능(오늘 17일입니다.)을 앞두고 수험생들을 위한 건강식품 등 각종 선물하기 매출이 엄청났다고 하죠. 동시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 카테고리가 속속들이 선물하기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고가의 명품, 호텔 숙박권 등으로 객단가를 높이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의 온라인 진출을 돕는 형태로 진화하는 중입니다.


선물의 카테고리 확장


독자 여러분께서 선물하기로 가장 많이 주고받은 선물은 무엇인가요? 저는 대충 압니다. 아마 1위가 카페 기프티콘, 2위가 치킨·피자 기프티콘일 것입니다. 그 외 빵집 케이크 기프티콘이 3위쯤 되려나? 맞죠? 마치 저의 자기소개 같은데요. 실제로도 쓱닷컴은 선물하기 매출 중 상당 부분을 스타벅스 기프티콘이 차지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보통 위와 같은 1~2만원대 선물이 무난하며 또 서로 부담이 적어 가장 대중적입니다.


그래서 선물하기 판매자들은 고민이 많습니다. 여전히 선물하기 서비스 이용자의 연령대는 낮은 편이며, 쇼핑 객단가 역시 낮은 편이니까요. 이에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필두로 고가의 전통주, 화장품, 스카프 등 명품 액세서리를 하나둘 입점시키기 시작했고요. 최근에는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명품 핸드백, 시계, 주얼리 상품까지 선물하기 대열에 합류합니다.

최근 뷰티 이커머스 업계를 취재하던 저는 현직자들로부터 “5~7만원대 립스틱이나 10만원 안팎의 향수 등 뷰티 제품이 선물하기로 엄청나게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확실히 선물하기 서비스가 이용자 연령대도 다양해지고, 객단가도 많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그 중 어떤 업계 실무자는 제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선물하기로 사재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재고관리가 어렵다”고요. 선물하기 서비스로 사재기를? 이건 무슨 말일까요?


‘기프티콘 아닌 자들’의 고민


선물하기 이커머스가 급성장함에 따라 여러 연령의 소비자가, 한층 다양한 상품을 선물하기로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전통의 선물하기 3대장 커피, 치킨·피자, 케이크 말고도 다양한 상품이 선물하기 입점 판매에 나섰는데요.


문제는 위 3대장은 조리 음식에 대한 지역별 오프라인 매장 교환용 기프티콘이라면, 그 외 다수의 상품들은 물류센터 등에 재고를 보유한 채 선물 수령자가 배송지를 입력하기까지 무한 대기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선물하기 유효기간 연장’ 알람을 받거나, 실제 기한을 연장해보신 경험들 있으실 텐데요. 이 선물하기 유효기간은 사실 카페나 치킨집, 편의점 등을 위한 게 아닙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기프티콘은 무한 연장이 가능하단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보통 7일이 주어지는 유효기간의 주 대상은 주류, 의류, 화장품, 과일, 육류 등 판매자가 재고를 보유하면서 택배를 기반으로 배송 판매하는 실물 상품들입니다. 이들은 선물을 받은 사람이 유효기간 내 배송지를 입력하지 않거나, 유효기간이 임박할 때마다 기간 연장을 반복하면, 그러다 끝내 환불을 받는다면 손해가 막심합니다. 결제는 되었기에 해당 재고는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게 언제 배송 출발할지 모르고, 그새 해당 상품의 판매 기회를 상실하고 마니까요. 그러다 끝내 구매자가 환불해버리면? 아래 기사 내용처럼 됩니다.

그럼 사재기는 뭐냐고요? 과거 한 명품 브랜드의 뷰티 상품 하나가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구하기가 어려워 재입고만을 기다리는 소비자가 많았는데요. 브랜드의 판매 담당자는 재입고와 함께 선물하기로도 재고를 풀었는데, 이를 몇몇 소수의 고객이 수십개씩 독점 구매를 해버린 거죠. 이때 직감했다고 합니다. ‘되팔렘(되팔이의 요즘 말)인가?’


맞았습니다. 수소문 결과 선물하기로 사재기한 상품에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일종의 ‘꾼’이었던 거죠. 이들은 인기 상품을 선물하기로 사재기한 다음 유효기간인 7일 이내, 또는 연장 가능한 유효기간 내 최대한 판매를 시도합니다. 만약 다 못 팔면? 기간 내 무료 환불 제도를 이용합니다. 재고도, 풀필먼트도, 심지어 배송비도 일절 필요 없는 신종 위탁판매 모델인 거죠.


꼭 꾼이 아니더라도 위와 같은 환불 편의성으로 인해 선물하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 개인 이용자들도 많다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그리하여 선물하기 유효기간이 탄생한 것이고, 환불 규정 역시 갈수록 빡빡해지는 중이라 합니다. 아무래도 셀러의 판매 규모가 영세할수록 선물하기에 재고가 묶여버리면 그 기간 내 발생한 판매 기회를 잃어버릴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는 객단가가 높은 호텔 예약권이나, 고가의 레스토랑 식사권에도 해당됩니다. 비교적 최근 선물하기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기 시작한 위 상품들은 사용 유효기간 설정과 함께 예약 가능 기간과 날짜, 시간을 치밀하게 계산해 판매해야 합니다. 또 자체 운영 중인 예약 시스템이나 현장 운영 프로세스, 입점 판매 중인 타 플랫폼 등과도 유기적인 연결이 필요한데요. 그러다 보니 선물하기를 새로운 이커머스 진출의 기회로 봤다가, 되려 포기해버리는 호텔과 레스토랑도 많다는 게 업계 이야기였습니다.


수수료 재편 등 높아지는 성숙도


선물하기 이커머스는 시장 규모의 성장과 함께 다양한 면에서 성숙해 가는 중입니다. 그중에는 입점 수수료, 환불 수수료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위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카카오, 쿠팡, 네이버 등의 선물하기 서비스 거래액을 조사한 이유는 ‘깜깜이 수수료’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각 플랫폼이 선물하기 서비스 입점 수수료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입점 업체와 플랫폼 간 정보 비대칭성이 심화되고, 그 결과 소비자 가격 인상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이에 최소한의 선물하기 수수료 체계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또 카카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판매한 기프티콘에 대해 100% 환불 방안을 추진 중이라 밝혔습니다. 현행 현금 90% 환불 제도에다 포인트와 교환권 환불을 추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하는데요.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카카오톡 선물하기 환불 수수료 수익은 약 924억원으로 추산된다 설명했습니다. 관련해 카카오 측은 선물하기 상품을 직매입하는 구조가 아니기에 적절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선물하기 서비스의 이용 방법, 운영 방식, 관련 법률 모두 성숙 단계를 거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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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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