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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도 흔들린 공급망, 해답은 탄력성이라고?

엄지용2022/11/25 11:11

연말이라 그럴까요. 요즘 부쩍 외부 미팅을 나가면 ‘관심 있게 보는 시장 트렌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면 조심스레 제 생각을 이야기하면서도 같은 질문을 되묻곤 하는데요. 2022년 들어서 찾아온 거시경제 불황과 소비 침체, 엎친 데 덮친 격 여전히 이어지는 시장의 ‘불확실성’은 어떤 주제를 이야기하더라도 빠지지 않는 머리말 같습니다.

 

물류도 그렇습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물류시장은 넘쳐나는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공급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해운과 항공운송을 막론하고 넘쳐나는 수요를 받을 만큼의 공간은 충분치 않았고, 운임은 치솟았습니다. 여기 미국 서부항만 노사 분쟁, 중국의 공장 폐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대표되는 불확실성에 불확실성을 끼얹는 사건들이 시시각각 터지면서 공급망의 병목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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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올해 들어 공급망 병목은 차차 해소되고 있습니다. 치솟았던 국제물류 운임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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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운임 변동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변동 추이. 2021년 급격하게 올랐던 운임이 최근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하락한 것이 관측된다SCFI


다만, 이런 상황이 기업들에게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올해 들어 화주 기업들의 고민은 적체된 물류에서 ‘쌓여버린 재고’로 바뀌었거든요. 코로나19 이후 시장 호황을 예측하고 많은 재고를 준비한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소비 침체’를 만나버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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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기업에게도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호황을 예측하고 늘어난 물류 공급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거든요. 대표적으로 한국에서 이슈되는 것이 ‘저온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한 공급 과잉 현상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오픈을 준비한 물류센터가 올해 들어 하나둘 시장에 등장하는 와중, 정체기를 맞이한 이커머스 수요로 인한 공실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쿠팡으로 대표되는 수요기업은 물류센터의 공격적 확장에 제동을 걸고 있고요. 물류기업 중에서는 이제 막 오픈한 물류센터를 폐쇄하는 아픈 결정을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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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요예측으로 대표되는 IT 역량이 부족한 아날로그 기업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글로벌 기업들이 지금 마주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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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아마존’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수요를 낙관하여 늘려놓은 물류센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CNBC가 MWPVL인터내셔널을 인용한 9월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해당 시점까지 44개의 물류센터를 폐쇄했으며, 25개 물류센터 오픈을 연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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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최근 1만10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며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여 지출을 늘렸지만, 우리가 낙관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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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공급망이 해법인가요?

 

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의 공급망 관리 전략은 전에 없던 ‘탄력성’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가 지난 몇 년 동안 수없이 겪어왔던 불확실성은 앞으로도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습니다. 때문에 다가올 위기 상황에서 공급망은 빠르고 유연하게 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류학계 수많은 연구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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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그에 따른 원자재 부족과 원가 상승, 선복량 부족과 항공기 편수 부족과 같은 물류 서비스 운영을 위한 자원의 부족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상당히 지속될 것이라 생각되는데, 결국 얼마나 더 유연한 공급사슬 구조를 갖추느냐가 성공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 신광섭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여기서 자연히 나올 궁금증이 있다면 그 ‘방법’이겠죠. 어떻게 공급망을 유연하게 만들 것인가. 물류업계에서 흔히 이야기되는 방법은 찾아올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대체망’을 수급해두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기 데일리트렌드가 전하는 ‘나이키’ 사례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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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이키의 재고량이 44% 가까이 증가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그 중 바다에 떠있어서 팔지 못하는 ‘운송중 재고’가 전체 재고의 65%를 차지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나이키가 바본가요?

 

우리가 알고 있는 공급망의 바보는 이런 경우입니다. 콜스(Kohl’s)는 재고가 부족해서 작년 2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놓쳤습니다. 그래서 2022년 구매주기 초반 대량 주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구매를 줄이기 시작한 시점에 상품들이 상점과 창고에 도착했습니다. 이런 업체들은 아직도 많습니다”

- 김소희 데일리트렌드 대표, 노벰버 브리핑 2022

 

김소희 대표에 따르면 나이키는 ‘선제적으로’ 공급망 위기에 대처했습니다. 물건은 준비됐는데, 배가 부족할 것을 대비하여 ‘전세기’와 ‘전세선’을 마련했고요. 트럭기사가 부족할 것을 대비해서 ‘대륙내 전용열차’를 확보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불거졌죠.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제가 보기에 나이키는 ‘항구 데이터’를 놓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공급망 안에서 한 단계 연결된 ‘전세선’까지는 알았는데, 그 전세선이 항구에 입항을 하지 못하고 바다에 떠있을지는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기존 우리 기업들의 시스템은 공급망 안에서 우리 조직과 연결된 한 계층까지는 잘 파악합니다. 쉬운 예로 내 ‘하청업체’를 건드리고 조율하는 것은 잘 합니다. 그런데 요즘 발생하는 문제는 내 하청업체에서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청업체와 연결된 원단업체에서 물건이 안 들어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 단계 너머에서 발생하는 일을 모릅니다. 그 단계까지 데이터를 연결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한창인 이유입니다”

- 김소희 데일리트렌드 대표

 

결국 다시 한 번 데이터디지털

 

김소희 대표의 이야기에서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방법으로 항상 ‘DX(Digital Transformation)’가 거론되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시스템을 통해 가치사슬 안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가 됐든, 창고의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가 됐든 말이죠.

 

안타까운 것은 해당 시스템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가치사슬의 전부가 아닌 ‘일부’ 영역의 데이터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예컨대 WMS는 창고 안의 재고 흐름은 파악할 수 있어도, 생산 지연으로 그 재고가 언제 입고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데이터는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화주사가 위탁생산하는 ‘공장’이 알고 있겠죠.

 

마찬가지로 WMS는 오늘 얼마나 출고가 잘 됐는지는 알 수 있어도, 내일 얼마나 소비자단에서 많은 주문이 들어올지는 파악하지 못합니다. 이 데이터는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화주사, 더 나아가 전방 고객채널을 보유한 ‘플랫폼’이 가지고 있겠죠. 괜히 3자 물류업체가 화주사의 ‘프로모션’이 예정돼있으면 꼭 좀 미리 말해달라고 사정사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단과 뒷단의 데이터의 결핍은 결국 화주사의 과잉 재고, 혹은 결품으로 인한 판매 손실을 야기하게 됩니다. 물류단에서도 작업자 부족으로 인한 미출고, 오배송과 같은 이슈가 발생할 수 있고, 작업자가 많으면 많은 대로 ‘비용’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안겨줍니다. 요컨대 불확실성에 탄력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가치사슬 앞뒤의 데이터를 연결하고 흐름을 통제, 최소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흔히 DX를 한다는 것은 ‘BI(Business Intelligence)’를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BI란 무엇이냐면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BI를 하는 데는 당연히 시간과 비용이 들고요. 그럼에도 우리는 BI를 안 하면 위험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가 일어날지 몰랐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날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난 다음 반응(Reactive)하면 늦습니다. 데이터 가시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전 예방(Proactive)하고 공급망 안정성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사고는 터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멋있는 말로 민첩한 대응, 속된 말로 짬의 몸부림을 쳐야합니다”

- 김소희 데일리트렌드 대표

 

결국 데이터와 디지털 시스템이라는 뻔한 말이 다시 한 번 등장합니다. 하지만 멋들어진 홍보 문구와 다르게 우리가 마주하는 대부분의 디지털 시스템은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여러 가지 분절된 데이터 파편을 완연히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결의 최적화가 결국 불확실성이 당연한 시대, 공급망의 ‘탄력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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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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