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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선포한 11번가, 무엇이 달라지나?

엄지용2022/12/08 17:12

11번가가 SK플래닛 분사 이후 첫 번째 개발자 컨퍼런스 ‘테크톡’을 7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하형일 11번가 대표는 “2018년 SK플래닛 독립 이후 그간 이뤄낸 성과를 11번가 1.0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11번가 2.0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며 성장 전략을 발표했는데요.

 

와이즈앱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11번가의 9월 기준 월간 활성사용자수(MAU; Monthly Active Users)는 915만명으로 종합몰 중에서는 국내 4위 수준입니다. 익히 알려졌듯 쿠팡과 네이버가 이커머스 플랫폼의 양강 구도를 형성했고요. 그 뒤를 SSG닷컴(지마켓, 옥션 포함 수치)과 11번가가 잇고 있지만, 양강 플랫폼과 3위 이하 플랫폼 사이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 최근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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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의 2021년 거래액 및 9월 기준 MAU 추정치. 11번가의 현재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와이즈앱

 

여기 더해 11번가는 ‘약속의 시간’까지 충분한 기업 가치를 증명하고 상장을 성공시켜야 하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2018년 11번가가 사모펀드 H&Q코리아 등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2023년 상장을 약속했기 때문인데요. 증권가에서는 11번가가 상장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투자금을 반환하는 조건이 붙어있는 만큼, 더욱더 성장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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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을 인지하고 11번가의 새로운 사업 방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1번가가 반등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고해지는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를 흔들 수 있을만한 뾰족한 ‘무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11번가 2.0의 윤곽

 

하형일 11번가 대표이사가 꼽은 11번가 2.0의 방향성은 크게 네 가지 전략으로 요약 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아마존’ 직구 선도 플랫폼, 두 번째는 ‘직매입’ 기반 슈팅배송 확대, 세 번째는 멤버십과 개인화 추천 등 비즈니스 모델의 기반(Fundamental) 강화, 마지막은 마이데이터 등 미래 성장 산업 발굴인데요. 11번가가 강조하는 각 전략의 구체적인 추진 현황을 살펴보죠.

 

KEYWORD 1. 아마존

 

먼저 아마존과 협업입니다. 11번가는 지난해 8월 31일 아마존과 제휴하여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했습니다. 아마존의 상품 데이터베이스를 11번가에 연동하고, 구매가 일어나면 미국 현지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발송하여 한국 고객에게 4~10일 내에 배송 완료하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11번가 안에 ‘아마존 직구관’이 열린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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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상단에 아마존 관련탭을 3개나 배치할 정도로 11번가는 아마존에 진심이다11번가 캡처

 

하 대표에 따르면 11번가 2.0에 와서는 기존 아마존 해외 직구 서비스를 더욱 발전시켜 선도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현재 미국 상품만 소싱하는 아마존 직구 구조를 ‘글로벌’까지 확대하는 것이 첫 번째고요. 아마존이 보유한 PB(Private Brand) 중에서 한국 고객이 선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브랜드와 인기 판매 상품은 직매입을 통한 빠른 배송 연계를 활성화한다고 합니다. 국내에 아마존과 제휴한 유일한 ‘공식 업체’가 11번가인 만큼, 아마존이라는 키워드를 적극적으로 마케팅과 성장전략에 활용하고 있는 11번가의 모습이죠.

 

하지만 한 편에서 우려가 되는 부분이 없진 않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소비 UI(User Interface)와 뒤에 설명할 멤버십 ‘우주패스’와 연계한 아마존 직구 무료배송과 할인 쿠폰 등의 혜택은 분명 소비자 관점의 효용이 맞지만요. 어떻게 보면 11번가는 아마존의 상품을 소싱해 되파는 구매대행 리셀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때문에 11번가가 상품 확보과 마케팅 효과를 위해 단기적으로 아마존을 활용할 수야 있다지만, 중장기적으론 독립적인 머천다이징 역량 또한 강화하여 원가 경쟁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한 편에서 아마존 자체 플랫폼의 국내 소비자 직구 루트도 여전히 열려있기에, 잘못하면 11번가가 아마존의 한국 크로스보더 본격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만 제공할 수도 있어 보이거든요.

 

KEYWORD 2. 직매입

 

11번가 2.0의 두 번째 전략 키워드는 ‘직매입 사업 확대’입니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11번가는 중개형 오픈마켓으로 입점 판매자에게 온라인 매대를 빌려주고 10%대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했는데요. 물론 여타 오픈마켓이 그렇듯 일부 직매입 상품 판매를 병행하기도 했지만, 그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한때 11번가가 직매입 상품을 처리하던 물류센터와 인력을 정리했던 전례도 있었고요.

 

하지만 11번가는 지난해부터 물류 인프라를 슬금슬금 확보하더니, 지난 6월 직매입 기반 빠른 배송 ‘슈팅배송’ 서비스를 본격화하기에 이르렀죠. 슈팅배송은 쉽게 말해 쿠팡 로켓배송처럼 오늘 자정(24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내일 배송해주는 서비스고요. 물류센터에 실물 재고로 보관해둔 매입 상품이 있기 때문에 속도의 보장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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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물류센터 인프라 현황매일유업 등 11번가와 제휴한 공급사의 물류공간을 빌려 쓰는 벤더플렉스(Vendor Flex) 방식을 혼용하고 있다11번가 테크톡

 

차이점이 있다면 직접 배송망을 구축한 쿠팡과는 달리 ‘한진’과 같은 택배망을 보유한 풀필먼트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빠른 배송의 속도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의 ‘빠른 물류 연합군’ 모델이 11번가에도 등장한 것이죠.

 

이러한 직매입 중심의 구조 변화는 11번가의 최근 실적에도 반영됐는데요. 11번가의 최근 2022년 3분기 매출액은 1899억원으로 2분기 대비 34%에 달하는 높은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판매액의 10% 수준인 수수료가 매출로 계상되는 오픈마켓 구조와 다르게 판매액 그대로가 매출로 잡히는 직매입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인데요. 실제 11번가에 따르면 슈팅배송의 3분기 거래액은 지난 2분기 대비 3.9배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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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는 직매입 사업 강화와 맞물려 지난 5월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2.0 버전을 오픈하기도 했는데요. 도서 직매입 상품에 초점을 맞춰 2011년 11번가가 도입했던 WMS 1.0에 비해 ‘유통기한’과 ‘제조일자’의 등록 및 관리가 가능해졌다는 변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선입선출(먼저 들어온 상품을 먼저 출고하는 것)과 같은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짧은 냉장냉동 식품 처리에 적합한 출고관리가 가능해졌고요. 상품의 부피를 체적하여 적절한 포장 박스 규격을 추천해주는 솔루션도 함께 도입했습니다.

 

뒤늦게 물류를 강화하는 11번가이지만 사실 이미 쿠팡과 네이버, SSG닷컴을 포함한 상위권 경쟁 플랫폼 모두가 더 강력한 물류 서비스를 바탕으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슈팅배송은 쿠팡 로켓배송보다 상품 구색과 속도가 떨어지는 하위호환 서비스처럼 보이기도 하는 데 뾰족한 차별점이 안 보여서 아쉬움은 있었고요. 새로 개발한 WMS 2.0에서 강조된 기능 역시 사실 이미 많은 경쟁업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술들이어서 오히려 늦은 감이 있어 보였습니다.

 

참고로 11번가의 2022년 슈팅배송 목표 출고 물동량은 1250만 박스라고 합니다. 하루에만 수백만건을 출고시키는 쿠팡의 그것과 비교하면 작은 것이 맞지만, 지속적인 직매입 물동량 확대를 선포한 11번가이기에 앞으로 추이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KEYWORD 3. 멤버십그리고 개인화 추천

 

하 대표가 전한 11번가 2.0의 세 번째 변화는 ‘비즈니스 모델의 기반 강화’입니다. 기반이라고 하면 조금 추상적인데요. 여기 하 대표는 구체적으로 SK텔레콤과 협력하여 론칭한 ‘멤버십 서비스’ 우주패스와 검색 및 개인화 추천 기술 역량 강화를 언급했습니다.

 

먼저 우주패스에는 앞서 11번가가 전략 키워드로 언급한 ‘아마존’과 ‘직매입’ 관련한 혜택이 연동돼있습니다. ‘무제한 아마존 해외직구 무료배송(2만원 이상 구매시 사용 가능)’을 핵심 혜택으로 11번가 쇼핑 포인트와 쿠폰을 지급하고 있고요. 직매입 기반 빠른배송 서비스 ‘슈팅배송’의 무료 배송 및 반품, 교환 혜택이 추가됐습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우주패스를 사용하는 실 사용자수는 130만명을 넘었고요.

 

‘검색’에 있어서 11번가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카탈로그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픈마켓 특성상 서로 다른 판매자가 서로 다른 가격의 동일한 상품을 상당수 등록하곤 하는데요. 상품 이미지, 상품명을 AI로 분석하여 동일한 상품을 모아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라는 설명입니다. 아마존과 쿠팡이 자사 마켓플레이스의 핵심 기능이라 이야기하는 ‘단일 상품 페이지’가 11번가에도 구현되는 셈이죠.

 

여기 더해 11번가는 ‘개인화 추천’ 기능도 강화하고 있는데요. 11번가에 따르면 현재 이미 플랫폼에 100개가 넘는 많은 영역의 추천 기능이 적용돼있습니다.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음에 들 만한 상품을 추천해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추천 알고리즘은 단순히 상품을 추천하는 것뿐만 아니라 카테고리와 메뉴 등의 노출 순서를 결정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고 하고요. 검색 결과에 있어서도 수백개의 상품을 단순 고객에게 나열하여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에 맞춰 큐레이션한 상품을 노출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KEYWORD 4. 마이데이터

 

하 대표가 제시한 마지막 11번가 2.0의 전략 키워드는 ‘미래 성장 산업 발굴’인데요. 여기서는 금융 관련 사업들이 주로 언급이 됐습니다. 11번가는 지난 10월 공식 출시한 마이데이터 사업 ‘머니한잔’의 시장 안착을 우선 추진하고요. 나아가 중장기적으론 멤버십 우주패스와 SK페이, 마이데이터 사업 간에 선순환 고리를 구축해나간다는 계획입니다.

 

머니한잔은 다양한 은행 및 보험, 금융 서비스 등에 흩어져있는 소비와 자산 관련 데이터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향후 11번가는 머니한잔에 쌓인 고객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이 자주 소비하는 상품을 별도의 ‘딜’로 저렴하게 추천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축하여 커머스와 연계점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여기까지 본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떨까요. 11번가만의 독립적인 특장점이 느껴졌을까요. 정리하자면 쉽지 않은 경쟁상황이 지속되는 와중, 11번가는 ‘정공법’을 선택했습니다. 아마존이라는 독립적인 ‘마케팅’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빠른 물류와 멤버십을 통한 충성고객 확보, 검색과 개인화 추천이라는 기술 측면의 기반 역량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여기 더해 금융 데이터 기반의 신사업을 추가해 나가는 모습이고요.

 

사실 새롭다고 보기엔 이미 어디서 본 듯한 내용이 많지만요. 그럼에도 이미 검증된 정공법이 갖는 힘은 있습니다. 여기서 11번가의 다음 성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정공법을 쌓아가는 ‘디테일’이 되겠죠. 그 중심에는 T우주라는 SK텔레콤이 지원하는 ‘생태계’가 있을 것이고요. 앞으로의 변화도 유심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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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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